종교를 빙자한 전쟁범죄...막가는 근본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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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화학무기 참사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내년 중반까지 시리아 내 화학무기를 전부 폐기한다는 방안에 합의한 이후 시리아 내전은 다시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게임처럼 전쟁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익숙해진 미디어 소비자들은 아무리 많은 희생자가 나고 있어도 지루한 공방의 터널 속에 빠져버린 시리아 내전 관련 기사를 지겨워 하는 듯 합니다. 기사를 쓰고 현지 소식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제 입장에서도 늘 새로운 팩트, 뭔가 새로운 것을 계기로 시리아 문제를 8시 뉴스 등 주요뉴스로 한 번씩 다룰 수 있긴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잔혹한 살육극을 지켜보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외신기사가 들어왔습니다. 튀니지 여성 수백명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섹스 지하드(SEX JIHAD)에 나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부분 10대 앳된 소녀들이었고 몇 달 혹은 1~2년 만에 아비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도대체 섹스 지하드가 뭐길래 가족도 마다하고 전쟁터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던 것일까요?

 

섹스 지하드(SEX JIHAD)의 기원

한국 언론을 통해 아랍권 기사를 접하신 분들은 대부분 지하드라는 얘기는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신, 즉 알라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쟁을 말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의 아프간, 이라크 침공을 포함해 20세기와 21세기 들어 벌어진 모든 전쟁에 무슬림들은 ‘지하드’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런데 약 5개월여 전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강경 이슬람 수니파 성직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엘 에리피가 남성은 물론 여성도 이슬람의 적들에 맞서 지하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구체적 방법이 바로 섹스 라는 것이죠. 그 뒤부터 이슬람 수니 강경파들은 섹스 지하드를 뜻하는 ‘지하드 니카하’를 곳곳의 모스크에서 설파하기 시작합니다.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병사들에게 섹스로 위안을 주는 것이 여성들이 행할 수 있는 섹스 지하드의 요체이며, 이는 곧 파트와(FATWA)라고 부르는 종교적 의무라는 주장입니다. 이들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격렬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를 바로 섹스 지하드를 실현할 장소로 지정하고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합니다.

 

혼전 성관계 금지한 이슬람 율법…방법은 관계 때마다 혼인

이슬람 율법은 혼전 성관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은 성관계를 맺기 직전 성직자 혹은 사령관들에게 섹스 지하드에 나선 여성과 혼인을 서약하고 2시간여 만에 이혼한 뒤 이 여성은 다시 다른 병사와 혼인을 서약하는 방식으로 한 여성이 여러 남성을 상대해야 하는 섹스 지하드를 종교적으로 합리화하며 지속하고 있습니다. 튀니지와 시리아 방송에 등장한 여성들의 고백을 들어보면 사령관이 이마에 손을 얹고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세번 외치는 것으로 혼인이 성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가며 한 사람이 백여명의 반군 병사를 상대하기도 했다는 군요. 근본주의에 심취한 일부 남성들은 자신의 아내까지 반군 병사들의 방으로 들여 보냈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섹스지하드가 마약처럼 이슬람권 전역으로 퍼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극단적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 속에 사회적 불만을 조직하고 서민들을 파고 들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백명의 여성들이 ‘섹스 지하드’에 가담했던 튀니지 역시 시민혁명 이후 이슬람 강경파들이 득세하며 여성인권 후퇴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난과 실업난 속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꽃다운 소녀들이 종교적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극단주의자들의 세치 혀에 계속해서 속아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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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빙자한 전쟁범죄…시리아는 어디로(?)

역사 속의 수많은 전쟁 속에 최대의 피해자는 늘 여성이었습니다. 점령군의 파괴와 약탈, 보복의 악순환 속에 여성의 희생이 가장 컸고, 또 지금도 곳곳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 등 온갖 전쟁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하드’, 즉 신의 이름으로 벌이는 전쟁을 빙자해 벌어지는 섹스 지하드엔 많은 여성들이 종교적 이유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상식과 신앙을 왜곡해 범죄를 정당화할 수 는 없는 일입니다. 이건 명백한 전쟁범죄입니다. 최근 케냐의 쇼핑몰 테러 사건과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세력 준동까지 겹치면서 시리아 내전을 바라보는 서방은 더욱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같이 알 카에다 등 이슬람 수니 근본주의와 맞닿은 세력들의 극단적 행위들이고 이들은 다시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해 반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 와중에 불거진 ‘섹스 지하드’ 논란은 살육행위에 못지 않은 반군의 비열한 전쟁범죄를 다시 부각시키고 과연 시리아 반군은 잔혹한 학살을 자행한 아사드 정권보다 과연 더 나은가 하는 회의론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만큼 시리아 내전의 해법은 멀어지고 혼돈의 깊이는 더할 수 밖에 없겠죠.    

 

출처 : SBS 윤창현 기자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993559